더존칼럼]암울한 2025년 경제전망,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제도 개선 및 경제체질 혁신 필요, 효율적인 시장경제 이행 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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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승철 교수님 |
[더존뉴스 칼럼=이승철 교수]정부는 물론 국내외 연구기관이나 투자기관들이 한목소리로 2025년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즉 우리 경제는 2025년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 1.5%에서 최고 2% 정도밖에 한국경제가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소위 3고 현상이다. 즉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때문에 경기 상황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3고 현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나라 전체의 내수는 침체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3고 현상으로 인해 생산원가가 상승하게 되어 제품가격을 올리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는 한편, 내수가 감소하였기 때문에 투자를 미루게 되므로 생산 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고용을 확대하지 않게 된다. 결국 지속되는 3고 현상으로 내수 부진과 투자 부진이 예상되므로 우리 경제가 올해에도 낮은 성장세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3고 현상 이외에도 여러 가지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동의한다. 다시 말해서 소위 3고 현상을 제외하더라도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의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이제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몇 가지 난제들을 선택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무엇보다 현재 한국경제에 존재하고 있고 또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불확실성(uncertainty)을 들 수 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가장 크다는 지적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불확실성이란 특정한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매우 어렵고 또 그 여파가 어느 정도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특징을 갖는 변수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이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모든 경제주체들이 현재와 미래의 경제행위를 현명한 방식으로 결정하는데 있어 곤란을 겪게 되므로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질 위험성이 높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른 대외 경제 상황의 급변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소위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정치인으로 미국에 이익이 되는 많은 정책들을 시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 선거 유세 때부터 줄곧 강조해 온 그의 정책 방향의 상당 부분은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큰 영향,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이미 적절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다는 점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반도체 산업, 자동차 산업, 조선 산업 등)의 수출 둔화 우려이다. AI(인공지능)칩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HBM(high bandwidth memory, 메모리 칩을 여러 겹으로 쌓아 높은 대역폭과 낮은 전력 소비를 하는 첨단 메모리)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확대일로에 있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새로운 발주시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 산업 등의 분야에서 2025년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대외거래(수출과 수입)가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수출 둔화는 곧 낮은 경제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우려가 크다.
이상에서 설명한 요인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논외로 한다면, 대외지향적 성장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성격이 강한 상황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요인들과는 달리 우리 경제의 내재적인 능력치에 의한 성장 가능성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잠재성장률 혹은 잠재GDP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 혹은 잠재GDP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 of GDP)이란 ‘노동이나 자본 등의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였을 때 유지되는 실질GDP의 증가율로서 한 나라 경제의 최대성장능력’을 의미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 ‘한 나라가 모든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록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한 나라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종의 기준선이 바로 잠재성장률인 것이다.
나아가서 잠재성장률은 경제정책의 주요 방향을 수립함에 있어서 그리고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또 장기적인 경제전망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참고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존재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만일 실제경제성장률(actual growth rate)이 잠재성장률을 넘어선다면 경기가 과열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즉 물가가 상승하게 될 것이고) 실제경제성장률이 잠재경제성장률보다 낮다면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즉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실제로 성장하는 정도를 결정하는 일종의 바로메타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크게 노동투입량의 크기, 자본투입량의 크기, 총요소생산성의 크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노동투입량의 크기는 인구구조(성별 및 연령별 인구의 구성 등)의 변화나 노동시간 등에 의해 결정되며, 자본투입량은 경제의 성장 단계가 어디에 있느냐에 의해 주로 결정되는 변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총요소생산성의 크기는 경제 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기술 수준 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 요인 모두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잠재성장률이 과거와는 달리 크게 낮아졌고 획기적인 개선의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2000년대 초반에는 연평균 5%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초반에는 3.4%로 낮아졌고, 급기야 2020년대에는 2%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었다(표 1 참조).
< 표 1 잠재성장률 추정치 >
(단위 : %)
기간 |
2001-05 |
2006-10 |
2011-15 |
2016-20 |
2021-23 |
2024-26 |
잠재성장율 |
5.0 |
4.1 |
3.4 |
2.6 |
2.1 |
2.0 |
주 : 4개 추정모형의 5년 평균
자료 : 이은경 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BOK 이슈노트, 2024-33호,
한국은행, 2024. 12. 19, 8쪽
한국은행 경제모형실 모형전망팀의 연구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먼저 노동투입량의 기여도가 낮아진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고 노동시간 역시 크게 감소하였다는 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자본투입량의 기여도가 낮아진 이유는 우리 경제가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전반적인 투자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경제구조의 혁신이나 제도의 개혁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이 증가하여 총요소생산성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고 분석하였다(표 2 참조).
< 표 2 잠재성장률의 구성요소별 기여도 분석 >
(단위 : %)
기간 |
2001-05 |
2006-10 |
2011-15 |
2016-20 |
2021-23 |
2024-26 |
잠재성장률 |
5.0 |
4.1 |
3.4 |
2.6 |
2.1 |
2.0 |
총요소생산성 |
2.1 |
1.7 |
1.2 |
1.5 |
0.7 |
0.7 |
자본투입 |
2.2 |
1.9 |
1.6 |
1.6 |
1.4 |
1.1 |
노동투입 |
0.7 |
0.5 |
0.6 |
-0.4 |
0.1 |
0.2 |
주 : 4개 추정모형의 5년 평균
자료 : 이은경 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BOK 이슈노트, 2024-33호,
한국은행, 2024. 12. 19, 8쪽
< 표 2 >에 따르면, 시간이 흐를수록 잠재성장률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다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을 결정함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본투입의 기여도는 2000년대 초반에는 2% 이상(기여율은 40% 이상)이었으나 2024-2026년의 기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자본투입의 기여도는 같은 기간에 약 1/3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었고, 노동투입의 경우에는 잠재성장률에 대한 기여의 정도가 가장 크게 하락(1/3 미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025년 이후 잠재성장률에 대한 장기 전망은 더욱 암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같은 팀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대 후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1.8%로 예상되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리고 급기야 2040년대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6 - 0.7%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한다(표 3 참조).
< 표 3 잠재성장률 전망 >
(단위 : %)
기간 |
2025-29 |
2030-34 |
2035-39 |
2040-44 |
2045-49 |
잠재성장률 |
1.8 |
1.3 |
1.1 |
0.7 |
0.6 |
주 : 생산함수 모형 기준, 연간 변화율의 5년 평균
자료 : 이은경 외 3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BOK 이슈노트, 2024-33호,
한국은행, 2024. 12. 19, 14쪽
낮은 잠재성장률이 전망된 이유는 다음의 <표 4>에 나타나 있듯이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모든 구성요소가 하락하기 때문이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놀랍게도 노동투입의 기여도가 2030년대 초반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은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노동투입의 양을 높이고 노동투입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 표 4 잠재성장률의 구성요소별 기여도 분석 >
(단위 : %)
기간 |
2025-29 |
2030-34 |
2035-39 |
2040-44 |
2045-49 |
잠재성장률 |
1.8 |
1.3 |
1.1 |
0.7 |
0.6 |
총요소생산성 |
0.6 |
0.5 |
0.4 |
0.4 |
0.3 |
자본투입 |
1.1 |
1.0 |
0.9 |
0.7 |
0.7 |
노동투입 |
0.2 |
-0.2 |
-0.2 |
-0.4 |
-0.4 |
주 : 생산함수 모형 기준, 연간 변화율의 5년 평균
자료 : 이은경 외 3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BOK 이슈노트, 2024-33호,
한국은행, 2024. 12. 19, 14쪽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에 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야만 하는가?
첫째, 제도의 개선과 경제체질의 혁신이다. 대부분의 정부가 집권하기 위한 공약으로 각종 정부 규제를 철폐하고 보다 효율적인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주창한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내세웠던 규제의 철폐나 시장자율의 확대를 슬그머니 외면해 온 것이 상당 부분 사실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제도의 개선이나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저해하여 경제전반의 비효율성을 고착화함으로써 총요소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제도를 개선하고 경제주체 모두가 비효율적 관행을 타파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둘째 노동 투입의 양과 질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들은 많이 존재할 것이지만 크게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여성의 노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층의 취업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법정 노동시간을 최소한의 분야에서만이라도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안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각계각층의 사회 구성원들이 앞에 열거한 방안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불필요하거나 불가피한 갈등을 최소할 수 있다.
셋째,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향후 우리 경제가 나아갈 목표와 정책방향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 우리 경제를 고도화시키기 위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여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확대 마인드를 유도하여야 한다. 아울러 기업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적절한 법과 제도를 구비하는 노력도 필요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사족이지만,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경제 주체들(개인 또는 가계, 기업, 각급 정부)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